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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살인 ⑧] 그를 풀어줘선 안 됐다, 전자발찌도 채워야 했다

법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서로 사귀다가 상대를 죽인 사건. 우리는 ‘데이트’라는 서정적 단어를 지우고, 이 죽음을 ‘교제살인’이라 부르기로 했다. 이 기사는 교제살인 판결문 108건을 분석한, 여덟 번째 기사다. <편집자말>

[독립편집부 기자]

살인 : 피고인은 1989년 4월 28일 인천지방법원에서 배우자인 피해자 A를 목 졸라 살해한 범죄사실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2000년 8월 15일 징역 20년으로 감형돼 복역하던 중 2007년 10월 26일 가석방돼 2009년 8월 15일 사면으로 남은 형의 집행을 면제받았다.

특수 강간 : 2010년 1월 28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연인관계로 동거 중이던 피해자 B를 칼과 농약으로 협박 감금하고 4회에 걸쳐 강간한 죄로 5년을 선고받고 2014년 10월 18일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하였다. 

(2017년 11월 3일, 인천지방법원 제15형사부, 피고인 OOO에 대한 살인죄 판결문 중)

그의 전과다. 자신의 부인을 죽였고, 자신의 애인을 성폭행했다. 그는 또 다시 살인을 저질렀다. 2016년 8월, 동거하던 여성 C의 목을 베었다.파워볼실시간

당초, 살인죄로 무기징역형을 받아 아직까지 감옥에 있어야 할 그는 징역 20년으로 감형 받았다. 법무부는 그런 그를 가석방 시켰고, 정부는 그를 사면해줬다. 국가는 그가 “교정성적이 우수하고 뉘우치는 빛이 뚜렷하여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고 인정”(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 245조에 따른 가석방 ‘적격심사신청 대상자 선정 기준’) 했다. 

그러나 그는 죄를 뉘우치지 않았다. 거듭 범죄를 저질렀다. 결국 또 한 명의 목숨이 사그라들었다. 

그는 재판에서 “피해자가 사실혼 관계임에도 수시로 외박을 했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외도, 사치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격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격분의 이유를 연인에게 돌렸지만,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피해자는 사망했다.

2017년 11월 열린 재판에서 재판부는 그의 범죄 전력을 나열했다. 그러면서 “상당 기간 수형생활을 하였음에도 교화되지 못하였고, 여전히 폭력성과 생명 경시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라며 “이 사건 범행이나 이전 범행들에 대하여 피해자들의 행실을 탓하는 등 자신의 잘못을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미 2명의 여성을 죽이고, 또 다른 여성의 삶을 파탄 낸 후 내려진 결론이다. 그는 이번엔, 죽을 때까지 수형생활을 하게 될까. 살인 미수로 가석방… 40일 만에 여자친구 살해

▲  그는 자신의 부인을 죽였다. 그로 인해 무기징역을 받았던 가해자는 징역 20년형으로 감형됐다. 가석방 후 그는 자신의 애인을 성폭행했고, 다시 감옥에서 나온 후에는 자신의 연인을 살해했다.
ⓒ 이정환

이런 사례는 또 있었다.

2014년 7월, 피해자는 결별을 통보했다. “남자관계를 의심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피고인을 피해 가출했다”고 판결문에 적혀있다. 가해자는 분노했다. 미리 준비한 과도로 피해자 우측 가슴을 찔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고, 이를 말리던 2명에게 상해를 가했다. 이로 인해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형 집행 중에 2016년 6월 가석방 됐다. 

이번에도 법원은 “뉘우치는 빛이 뚜렷하여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고 인정”했다.

출소 후 40여 일 만에 가해자는 또 칼을 들었다. 피해자가 운영하던 가게로 들이닥쳤다. 주방에 있던 식칼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피해자를 방으로 불러내 “오늘 장사하지 말라”고 말했다. 겁을 먹은 피해자는 자신의 지인이 가게에 들어오는 순간 밖으로 도망쳤다. 가해자는 화가 났다고 했다. 피해자를 쫓았다. 찌르고 또 찔렀다. 

재판에서 가해자는 피해자 탓을 했다. 판결문에는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조사 받을 당시 피해자의 행실을 탓하며 피해자에 대한 집착을 드러냈다”고 나와 있다.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기징역이더라도, 25년 정도 있으면 대부분 출소한다”고 말했다. ‘그’가 20여 년이 흐른 뒤에 세상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이 교수는 “국가가 ‘재범 가능성이 없다’고 평가해서 풀어주었는데 재범을 했다? 그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며 “교도소 안에서 모범수였으나 사회에 나와서 괴물이 되는 자들은 교도소 안에 여자가 없어서 얌전했던 것일 뿐 교도소에서 오래 살았다고 갱생된다는 증거가 없다, 형을 행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거”라고 비판했다.

그는 “재범가능성에 대해 문제제기하면 인권 침해라는 반박이 제기되는데, 회복 불가능한 여성의 죽음보다 중요한 건 누구의 인권이냐”라고 반문했다. 교제살인 전자발찌 기각률 78%, 평균 비율 훨씬 웃돌아

▲  <오마이뉴스>가 ‘교제살인’ 판결문 108건을 분석한 결과, 전자발찌 부착명령 기각 비율은 78%에 이르렀다. 이는 평균적인 기각률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 한승호

더군다나 가해자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명령 기각 비율이 교제살인의 경우는 7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균적인 기각률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파워사다리

<오마이뉴스> 분석 결과, 조사 대상 108건 중 검사 측이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청구한 것은 41건이었다. 이 중 32건(78%)은 기각됐고, 재판부가 부착을 명한 건 9건에 그쳤다. 

현행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 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전자장치부착법)’에서는 성폭력, 미성년자 유괴, 살인, 강도 등의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게끔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부착명령을 청구하면 이를 재판부가 결정하는 구조다.

2019년 9월 국정감사에서 검사 출신인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5년간 전자발찌 기각률이 63%”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송 의원은 <오마이뉴스>를 통해 “전자발찌 부착명령 인원은 매년 줄어들지만 기각률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전자발찌 부착명령에 대한 법원의 적극적인 심리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재판부는 전자장치 부착에 소극적일까. 

한 현직 판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자장치 부착은 범죄예방을 위한 일종의 보안처분으로서 남용될 우려가 상당히 크고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전자장치 청구가 될 정도의 사건은 상당히 중범죄로서 장기의 형벌이 부과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형 종료 후 다시 전자장치를 부착할 것을 명하는 것은 과도한 것이 아닌가하는 판단 등에 의해 전자장치 부착을 실무에서 다소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들은 어쩌면 더 빨리 출소한다, ‘전자발찌’ 없이…

▲  전자장치 부착명령이 기각된 32건의 교제살인 사건 가운데에는 피해자를 21차례 찔러 사망케 한 사건도 있었다.
ⓒ 한승호

전자장치 부착명령이 기각된 32건의 교제살인 사건 가운데에는 피해자를 21차례 찔러 사망케한 사건도 있었다. 해당 피고인에 대한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기각하며 재판부는 “평소의 성격이나 성품이 타인을 살해하거나 상당한 위해를 가할 정도로 폭력적이라고 판단할 근거나 정황은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20년 형을 선고 받았다. 

“평소 술을 마신 상태에서 피해자를 폭행하고, 이에 피해자가 112신고를 하면 이를 빌미 삼아 다시금 피해자를 폭행하곤 하였다”는 피고인은 결국 식칼로 피해자를 찔러 살해했다. 징역 15년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평소 살인을 저지를 정도로 과격한 폭력성향이 있음을 단정할 정황은 되지 못하는 점” 등을 이유로 전자장치 부착 청구를 기각했다. 

집행유예 기간 중에 피해자의 목을 졸라 죽인 피고인에 대해서는 “피고인에게 폭력 전과가 있으나 피해자와 다투다가 비롯된 전력으로서, 피고인의 범죄전력만으로 피고인에게 폭력 성향이 있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10년 형을 선고 받았다. 

그들은 10년, 15년, 20년 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빨리 출소한다. ‘전자발찌’ 없이.  

이수정 교수는 교제살인 사건의 전자장치 부착명령 기각률이 높은 데 대해 “기본적으로 재판부가 ‘구애 행위 끝에 일어난 극단적 실수’라고 보기 때문”이라며 “판사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피고인의 재범 가능성을 제대로 판단하려면 피해자 주변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와 수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피해자가 이미 사망한 경우 피고인이 자수하면 추가적인 수사도 안 하는 실정”이라며 “판사들이 피고인의 폭력성 재범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수사단계에서부터 이런 직무유기를 멈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판사 역시 “범죄예방을 위해 전자장치 부착을 일반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충분히 고려해 볼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만약 확대 기조를 취할 경우 수많은 유사사례에서 모두 전자장치를 붙여야 하므로 다소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

취재 : 이주연·이정환
조사 : 이지혜·박지선·한지연Copyrights ⓒ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정부가 전세난에 대응하기 위해 매입·전세임대 등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는 공공임대를 대폭 확충한다.

공공임대에 중산층도 만족하고 살 수 있도록 평형을 넓히면서 품질도 대폭 개선한다.

부동산 대책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동산 대책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는 19일 이같은 내용의 전세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매입·전세임대 등 공공임대를 최대 10만가구까지 공급하고, 민간 임대에 대한 수요를 공공임대로 끌어오기 위해 주택 수준을 대폭 높이는 ‘질 좋은 공공임대’ 방안도 제시될 전망이다.파워볼사이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직접 지어서 공급하는 건설임대는 수년의 시간이 걸리지만 매입·전세임대는 단기에 확보할 수 있어 현 전세난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검토돼 왔다.

그러나 서울 등 수도권에서 공공임대로 확보할 수 있는 주택은 다세대 등 빌라 위주여서 아파트를 선호하는 전세 수요에 부응하는 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사전 매입 약정제를 적극 활용해 양질의 공공임대 물량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최근 부쩍 늘어난 1인 가구의 전월세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도심의 빈 상가와 호텔 등 숙박업소, 공장 건물 등도 확보해 공공임대로 전환하고서 공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질 좋은 공공임대 공급 방안도 나올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 아파트를 공급해 전세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로선 공공임대의 최대 평형이 60㎡이지만 이를 85㎡까지 늘려 방 3개짜리 30평대도 임대로 내놓는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임대주택의 유형통합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 유형통합 임대에 중형 주택을 넣으면서 입주자 소득 기준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이를 통해 공공임대 주택이 다른 분양주택과 구별이 되지 않게 한 동에서 섞일 수 있는 ‘소셜믹스’를 이룬다는 전략이다.

banana@yna.co.kr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건설현장 여성 종사자 성차별 호소
목수 등 93명 중 46% “차별 겪었다”
전용 화장실 없어 남성과 함께 사용
“물 안 먹고 참았다가 수백미터 뛰어가”

[서울신문]

“어이, 아줌마!”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40대 여성 노동자 김미숙(가명)씨는 이름 대신 ‘아줌마’로 불린다. 존대를 한다며 ‘여사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김씨는 “처음엔 불쾌했지만 이젠 익숙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물도 최대한 안 먹는다. 현장에 하나뿐인 휴게실용 콘테이너와 화장실은 남성 노동자 전용이다. 여성용 화장실이 있어도 남성 동료가 ‘급하다’며 불쑥 나타나 불안하다.

1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건설노조)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여성 노동자 실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13~16일 형틀 목수(38명), 타워크레인 조종사(28명) 등 93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8.2%(82명)는 “건설현장 일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고용 불안(77.4%)과 편의시설 부재·낙후(48.4%), 성차별(32.5%)을 가장 큰 고충으로 꼽았다.

응답자의 46.2%는 ‘건설현장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여성으로서 수치심을 느낀 경험이 없다’는 답은 36.5%에 그쳤다.

낙후된 편의시설도 성차별과 연관돼 있다. 여성 건설 노동자들은 가장 필요한 편의시설로 화장실(44.1%)을 꼽았다. 휴게실(31.2%), 탈의실(19.3%), 샤워실(5.4%)이 뒤를 이었다. ‘현장에 화장실이 없거나 부족’(79.6%)하기 때문에 여성 노동자들은 수백미터 떨어진 화장실로 뛰어가기 일쑤다. 호칭도 이들이 겪는 차별을 보여 준다. 여성 건설 노동자들은 ‘이모님·아줌마·여사님’(29.0%)이라고 불릴 때가 잦다. 여성 노동자들도 남성 노동자처럼 이름(49.4%)이나 기사님(31.2%)이라고 불리기를 바란다. 이들은 건설현장에서 성평등 문화가 정착돼야 여성 진출이 늘어날 것(54.2%)으로 봤다.

건설노조는 이날 건설근로자공제회와 간담회를 열고 여성 노동자 복지 사업과 이름 부르기 캠페인 등을 논의했다. 건설노조는 “매월 1회 산업안전보건교육으로 성희롱 예방 교육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Copyrightsⓒ 서울신문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5년 임기 통화감독청장 임명 시도
국토부 국장은 트위터 통해 경질

내년 1월 19일이면 임기가 끝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폭주 중이다.

크리스토퍼 밀러 미 국방장관대행은 17일(현지시간)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1년 1월 15일까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주둔하는 병력 규모를 각기 2500명으로 감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아프간에 약 4500명, 이라크에 3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이 대테러 작전을 시작한 2001년 이후 해당 지역에서 가장 적은 병력을 보유하게 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아프가니스탄 무장 반군 탈레반이 알카에다와의 관계를 끊겠다는 약속을 지키면 내년 5월까지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합의했지만, 탈레반의 미군 공격은 계속됐다. 이에 국방부는 주둔 미군의 안전 등을 이유로 성급한 감축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끝내 밀어붙이자 공화당 내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맥 손베리 하원 군사위 공화당 간사는 성명에서 “테러 지역에서 철군 결정은 실수이며, 탈레반과의 협상력이 약화할 것”이라며 “감축을 정당화할 어떤 조건도 충족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대선 전 에이미 코니 배럿 신임 연방대법관 임명을 강행한 트럼프 대통령은 또 ‘알박기 인사’를 시도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현재 통화감독청(OCC) 청장 대행을 맡고 있는 브라이언 브룩스를 신임 청장으로 지명해 상원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OCC는 은행·저축은행 등을 감독하는 재무부 산하 독립 기구다. 연방준비제도(연준)·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함께 은행 감독 틀의 주축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5년 임기의 통화감독청장 임명을 강행한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금융 개혁에 지장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트윗 경질도 추가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크리스토퍼 크렙스 국토안보부 사이버·인프라 보안국(CISA) 국장을 해임한다고 밝혔다. “2020년 대선 보안에 대한 크렙스의 최근 발언은 매우 부정확하다. 지금 이 순간부터 그는 직위를 상실했다”면서다.

앞서 CISA는 지난 12일 “11월 3일 치러진 대선은 미국 역사상 가장 안전했다”고 성명을 내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부정 주장을 반박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CISA의 성명과 달리) 이번 대선은 선거 감시단의 투표소 출입 불허, 개표기 결함 등 대규모의 부적절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서울=서유진 기자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머니S리포트-망 이용료, 왜 안 낼까①] 글로벌 IT공룡 무임승차에 우는 이통사

[편집자주]인터넷은 각지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수많은 장비가 자율적인 선택에 따라 서로 연결되면서 구성된다. 현대 IT의 금자탑은 끝없는 연결로 짜인 이 가상공간 네트워크 위에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월드와이드웹(WWW)부터 모바일 앱과 VoIP 통화까지 모두 인터넷 연결로 사용한다. IT의 발달과 인터넷 생태계의 확산에 따라 망(네트워크) 관련 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글로벌 IT공룡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을 장악하며 망 이용 대가 논란이 불거진다. 또 5G 시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면서 망 중립성 원칙이 흔들린다. 망을 둘러싼 케케묵은 갈등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글로벌 IT기업의 망 이용 대가 관련 논란이 격화된다. /사진=로이터
글로벌 IT기업의 망 이용 대가 관련 논란이 격화된다. /사진=로이터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진행한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글로벌 OTT(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에 대한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여야를 막론하고 넷플릭스의 ‘망 무임승차’ 논란에 대한 추궁을 이어갔다. 국내 망에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전혀 내지 않고 있다는 이유다.

논의는 시작부터 한계가 있었다. 당초 과방위는 레지날드 숀 톰슨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대표를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해외 체류를 사유로 불출석했다. 실무진인 연주환 팀장이 대리자로 나왔지만 “전세계 수천 개 ISP(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와 협업 중인데 ‘국내 ISP들이 요구하는 형태’의 망 이용 대가를 내고 있진 않다”는 모호한 답변만 돌아왔다.

SKB vs 넷플릭스, 망 이용료 법정 공방

뒤이어 지난달 말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0민사부(합의)에서는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의 SK브로드밴드에 대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첫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망 이용 대가 논란 전반을 압축해놓은 듯한 이번 소송에서 넷플릭스 측은 김앤장을, SK브로드밴드 측은 세종을 각각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다. 김앤장은 방통위와 페이스북 간 망 품질 관리 책임 소재를 둘러싼 법정 공방에서 페이스북의 대리인을 맡아 최근 2심까지 승소를 거둔 바 있다.소 제기자가 넷플릭스인 것은 이 회사의 꼼수다. 지난해 11월 SK브로드밴드는 방통위에 넷플릭스와 망 이용료 협상을 중재해달라는 내용의 재정 신청을 냈다. 그러자 넷플릭스는 지난 4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이 소송을 제기했다. 당사자 일방의 소송이 제기되면 재정 절차를 중지한다는 규정에 따라 방통위는 손을 뗐다. ‘패싱’당한 셈이다.

이번 소송에서 넷플릭스 측은 국내 통신사 등 ISP에 망 이용료를 낼 이유가 없을뿐더러 상대의 주장은 CP(콘텐츠제공업체)에 대한 책임 전가라고 주장한다. 망 이용 대가를 ‘접속료’와 ‘전송료’로 구분해 인터넷 이용자와 CP가 계약에 따라 ISP에게 접속료를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뒤 전송 과정에 대한 비용(전송료)은 ISP가 담당할 몫이라는 의견이다. SK브로드밴드의 요구는 망 중립성 원칙에도 위배되며 결과적으로 이중 과금이라는 것이다.

SKB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첫 변론기일과 같은 날,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제작과정을 조명하는 웨비나를 개최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SKB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첫 변론기일과 같은 날,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제작과정을 조명하는 웨비나를 개최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또한 넷플릭스 측은 한국 서비스 시작 이전부터 오픈커넥트(OCA) 프로그램을 통한 캐시서버 무상 제공을 SK브로드밴드에 수차례 제안하는 등 꾸준히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강조했다. ISP가 캐시서버를 설치해 소비자와 최대한 가까운 위치에 콘텐츠를 저장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네트워크 혼잡을 줄일 수 있는 윈-윈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1차 변론을 통해 소송 당사자 청구 및 주장 내용에 대한 확인이 이뤄졌다”면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중요한 파트너인 만큼 가능한 범위에서 공동의 이용자를 위한 협력방안을 계속 모색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선 낸다? 글로벌 IT공룡들 한국 차별하나

넷플릭스의 이런 주장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망이 지닌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의 특성을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양면시장은 특정 플랫폼 사업자가 서로 다른 두 그룹을 매개하는 시장을 말한다. 가맹점과 카드 이용자 사이의 신용카드사와 부동산 매도자와 매수자를 잇는 중개업 등이 플랫폼의 예시다. CP와 이용자 사이에 있는 통신사 역시 이 범주에 들어간다는 견해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사가 가맹점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소비자에게는 그보다 낮은 요금을 부과하는 것도 양측의 경쟁 강도와 수요 등을 고려한 선택이다. 이런 관점에서 ISP는 CP와 인터넷 이용자를 매개하는 데 투입되는 망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CP에 대가를 요구할 수 있고 이는 시장 전체의 편익이 극대화되는 지점을 모색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전송료에 대한 기본 원칙은 존재하지 않으며 전송이라는 개념 자체가 망 이용에서 별도로 구분될 수 없다. 망 중립성 원칙은 트래픽을 차별 취급하지 말라는 것일 뿐 망 이용 대가를 받지 말라는 내용이 아니다”라며 “넷플릭스가 망을 무상으로 이용하면서 이익을 얻고 있고 이로 인해 우리가 손실을 입고 있으므로 부당이득이 성립된다”고 말했다.

한국인 넷플릭스 월 결제액 추이 /자료=와이즈앱, 그래픽=김민준 기자
한국인 넷플릭스 월 결제액 추이 /자료=와이즈앱, 그래픽=김민준 기자

더욱이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해외에서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한 사례도 존재한다. 먼저 넷플릭스는 지난 2014년 ▲컴캐스트 ▲AT&T▲버라이즌 ▲타임워너케이블 등 미국 내 주요 ISP와 이미 망 이용 대가 지급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내에서 비교적 규모가 작은 ISP들은 넷플릭스의 캐시서버 정책을 받아들여 망 이용 대가를 받지 않기로 했으나 주요 ISP들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콘텐츠 품질을 풀HD급으로 일괄 상향하면서 트래픽 지체 현상이 심화됐고, 결국 주요 ISP와 망 이용 대가 지급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나아가 최근 미국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에서도 CP가 ISP에게 망 이용 대가를 정상적으로 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최대 통신사 ‘오랑쥬’ 역시 넷플릭스에게 망 이용 대가를 받는다. 넷플릭스 못지않게 트래픽을 유발하는 구글 유튜브 역시 오랑쥬와는 망 이용 계약을 맺은 상태다. 구글과 넷플릭스 모두 프랑스에 서버를 두고 ISP와 직접 연결한다. 글로벌 IT공룡이 한국에서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한 이통사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 대상으로 망 이용 대가를 받아내기에는 허들이 많다. 아쉬운 쪽은 우리다. ‘을’이기 때문이다. 만약 넷플릭스나 유튜브가 철수한다고 하면 그 뒷감당은 누가 하겠는가”라며 “이런 현실에서 사업자 간 협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망 이용료를 합당한 수준으로 받아낼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구체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팽동현 기자 dh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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